도서리뷰

[도서리뷰] 사라진 개발자들 (feat. 프로그래머의 시작)

엘티엘 2023. 9. 22. 23:29

문제를 가진 사람과 컴퓨터를 연결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. 여섯 여성은 현대 컴퓨터 분야 최초의 직업 프로그래머였다 - 사라진 개발자들, p289

고백하자면 나는 사실 독서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다. 최근에 읽은 도서 목록을 살펴보면, 업무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래밍 기술서들이 대부분이다. 특히나 역사서는 아이에게 읽어준 책 외에 내가 원해서 읽은적이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. 하지만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. 잊혀질 뻔한 여섯명의 여성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를 통해, 에니악의 탄생, 초기 프로그래머들의 생활과 그 시절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생생히 느낄수 있었다.

컴퓨터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다면, 최초의 컴퓨터인 "에니악" 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. (최초의 컴퓨터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한다)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? 이 책에서는 에니악이 만들어진 목적과 배경,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이 되었고, 어느정도의 효과가 있었는지, 당시 사람들은 이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. 또한 당시 프로그래밍과 프로그래머의 모습을 생생하게 설명해주고 있는데, 지금 프로그래머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수 있다.

마스터 프로그래머 유닛의 핵심 기능이 루프 실행임을 깨달은 것이다. - 사라진 개발자들, p216

크고 복잡한 계산기 수준으로 생각했던 에니악에 루프(loop)와 조건문(if, then) 기능이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. 에니악의 디버깅과 테스트 방법도 소개되고, 심지어 성능향상을 위해 병렬 프로그래밍을 시도했다는 점은 정말 놀라웠다. "시연일 전 마지막 버그" 라는 챕터의 제목을 읽을때는, '그때나 지금이나 똑같구나' 라는 생각이 들었다.

그날의 초대손님을 위해 '최신 기술 개발의 무한한 과학적 미래'인 에니악을 기념하는 성대한 만찬을 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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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날 밤 행사장을 떠나기 전 여섯 여성은 성대한 저녁 만찬이 열릴 것이고 여성은 한 명도 초대되지 않았다는 걸, 심지어 아델도 마찬가지라는 걸 알고 있었다. - 사라진 개발자들, p273

"역사는 승자의 기록"이라는 말이 있다. 꼭 패자뿐만이 아니라, 당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잘 기록되지 않는다. 세계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중후반은 남성중심의 사회였고, 상대적으로 소외된 여성의 역사는 잘 기록되지 않았다. 저자 또한 구술역사에 기초해서 집필했다고 말하고 있다. 현대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"에니악의 발명과 사용"이라는 사건이었지만, 그 중심에 있던 여성 에니악 프로그래머에 대한 기록을 찾기 어려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. 저자는 당사자들과의 인터뷰와 여러 단편적인 기록의 조각을 맞추었고 잊혀질 뻔한 이들의 역사를 기록하였다.

책 후반에 집필과정과 상당히 많은 분량의 참고문헌이 등장하는데, 굉장한 열정과 노력을 가지고 작업했음을 알 수 있었다. 이 책이 단순한 옛날 이야기책이 아니라 치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한 역사서임을 알수 있다.

"한빛미디어 <나는 리뷰어다>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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